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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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4월_김가원_생각지도 못했던 지점에서 발견한 기후위기 - 네덜란드 파빌리온

생각지도 못했던 지점에서 발견한 기후위기

- 네덜란드 파빌리온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멸종 전쟁⟫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서포터 김가원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가 드디어 막을 올렸습니다. 개막과 동시에 심포지엄과 판화 체험 등 광주비엔날레에서 진행하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참여하기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파빌리온 발표에서부터 기대했던 네덜란드 파빌리온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멸종 전쟁⟫ 전시의 증거 재판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 광주시립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이 전시는 학자, 작가, 변호사, 활동가인 라다 드수자(Radha D‘Souza)와 예술가 요나스 스탈(Jonas Staal)의 프로젝트 CICC(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를 주제로 조주현 큐레이터가 기획했습니다. 이들은 2021~2022년 한국과 네덜란드 교류 협력 프로그램인 드리프팅 커리큘럼(Drifting Curriculum)을 통해 리서치와 ⟪재판정에 선 법⟫전시를 진행했으며1), 이를 발전시켜 광주비엔날레에서는 군산복합체로 인한 기후 위기 실정을 파악하는 재판을 진행합니다. 전시에 들어가면 프로젝트 토대인 <세대 간 기후범죄법>(2021) 조항들이 쌓인 기름통에 붙여져 있습니다. 그 주변으로는 기후 변화로 인한 동물 멸종 문제를 다루는 설치 작품 <멸종한 동지들>(2020-2021)이 설치되어 있는데요. 세계 다양한 언어로 적힌 ’동지‘라는 단어와 함께 500여 년 동안 멸종된 수많은 동식물이 있는 노란 표지판을 볼 수 있습니다.
 

작품들을 보다 보면 모래주머니와 철조망으로 만들어진 실제 재판 퍼포먼스가 열린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가 있습니다. 이 곳에서 4월 7일~9일까지 3일에 걸쳐 진행했는데, 1일차에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미군기지 확장으로 무분별한 간척 사업의 문제를 고발하는 재판이, 2일차에는 한화 그룹을 상대로 군사 무기 사용과 제조, 거래로 사회적, 환경적 피해를 고발하는 재판이 열렸고, 마지막 3일차에는 두산그룹, 포스코 그룹을 상대로 석탄화력발전으로 인한 환경파괴에 대한 문제를 고발하는 재판이 열렸습니다. 재판은 각 재판의 주제를 다루는 증인들의 증언을 듣고, 각 기관, 기업을 대신해 나온 가상의 변호인의 반론을 듣습니다. 이후 배심원인 관객과의 질의응답을 거쳐 최종 판결을 내립니다.

 

처음 재판을 보러 갔을 때만 하더라도 재판에서 주로 다루는 군산복합체와 기후범죄의 연관성을 유추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제가 참여한 ‘2일 차: 한반도의 과거, 현재, 미래의 동지들 vs. 한화그룹’에서만 보더라도 40년간 사격훈련 장소로 쓰인 충남 보령의 갓배 마을을 사례로 들어, 사격 포탄이 떨어지면서 인근 바다에 있는 조개에서 화학물질 RDX이 검출되고 발암성 물질인 카드뮴이 기준치를 초과한 정황을 환경오염조사로 확인되었습니다. 갓배마을 주민의 암 사망률이 대한민국 평균에 비해 53% 높다는 사실과 군사 활동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같은 정보들은 국가기밀이라는 이유로 명백한 원인결과를 규명하기 어려워 책임을 부여받지 않는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니다.2) <세대 간 기후범죄법>에 근거하여 기후(Climate)가 모든 종의 생식과 번식을 위해 필요한 조건이라는 점에서 기후 범죄는 우리 눈 앞에서부터 생각지도 못한 부분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재판에서는 최종판결 하기에 앞서 권리가 국가나 기업 등 권력으로 가변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는 ‘권리의 모순성’에 대해 강조합니다. 법 아래에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하지만, 법조차 동등하지 않게 적용되고 있음을 증언을 통해 확인합니다. 한 사람과 기업의 관계에서도 볼 수 있지만, 전시를 둘러싸고 있는 노란 표지판에 그려진 수많은 멸종 동물들과 인간과의 관계 역시 그러합니다.

 

정말 가깝게는 인간의 권리를 남용한 대가로 제가 살고 있는 광주에서도 물 부족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째 이어진 ‘트리플 딥 라니냐’로 강수량이 감소해 심각한 가뭄으로 광주 주요 상수원인 동복댐과 주암댐이 메마르고, 매일같이 저수율 문자를 받아야만 했습니다.3) 그러나 기후범죄재판도, 광주의 문제도 절망에 빠지기 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발걸음이 되어야겠지요. 그러한 의미에서 전시 마지막 공간은 <멸종에 저항하는 동지들>(2022, 23:00)로 핀란드 의회 앞에서 멸종 동물을 기리는 설치 작품과 라다 드수자와 요나스 스탈을 비롯해 안나마렛, 이니 알리프, 알리 사드, 필로멜라 합창단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행진을 하면서 기후 위기에 목소리를 높이는 퍼포먼스를 담은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전시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한 표면적인 문제에서부터 생명의 권리에 대한 심층적인 문제까지 접근해보았습니다. 피할 수 없는, 피해선 안 되는 기후 위기, 그 이유를 네델란드 파빌리온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CICC): 멸종 전쟁⟫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 자료

드리프팅 커리큘럼(Drifting Curriculum),

http://driftingcurriculum.org/pr4#!/tab/508957084-2.

신수연, 「생+협력 - '암 마을'이라고 불리는 보령 갓배마을 이야기」, 『열린충남』제68권, 2014, 70-77.

김고은, 「최악 가뭄, 상수원 고갈... ‘호남’만의 문제 아니다」, 『한국기자협회』, 2023년 4월 4일,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3400.
 

1) 드리프팅 커리큘럼, http://driftingcurriculum.org/pr4#!/tab/508957084-2.

2) 신수연, 「생+협력 - '암 마을'이라고 불리는 보령 갓배마을 이야기」, 『열린충남』제68권, 2014, 70-77.

3) 김고은, 「최악 가뭄, 상수원 고갈... ‘호남’만의 문제 아니다」, 『한국기자협회』, 2023년 4월 4일,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3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