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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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14광주비엔날레 '터전을 불태우라' 참여 작가 및 주요 작품 발표-1
   

“박제화된 관습ㆍ체제를 불태우라”

 

제레미 델러ㆍ로만 온닥ㆍ얼스 피셔 등 39개국 106작가 참여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제3세계 대거 합류 비엔날레 정체성 부각

디자이너 캐롤 크리스티안 풸레ㆍ공연예술가 등 다양한 장르

임민욱 등 공권력 비판 정치적 메시지 대거 선봬

중국 스타 작가 류 샤우동 광주서 한달간 레지던시 눈길

36여 점 신작…다섯개 전시실 유기적 연결 독창적 큐레토리얼

 

제10회 2014광주비엔날레 ‘터전을 불태우라’(Burning Down the House) 참여작가가 최종 확정됐다.

39개국 106작가(115명)가 참여해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주제가 지닌 제도권에 대한 저항과 도전, 창조적 파괴와 새로운 출발 등의 의미를 전통적 형태의 예술, 설치, 퍼포먼스, 뉴 미디어, 영화, 연극, 음악, 건축 등으로 표현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펼쳐낸다. 변혁과 개혁을 향한 움직임, 체제와 관습에 대한 비판, 정치적 개입, 창조적 행위 등의 역동성을 표현하기 위해 올해 행사는 퍼포먼스가 대거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이와 함께 불이 인류학적 문맥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것처럼 참여 작가들은 정치·사회·경제·국가폭력·환경 등 인류사의 문제와 마주하고 예술가의 역할을 탐색하면서 ‘실천적 문화운동’을 주도하고자 한다.

 

또한 아시아 최대 규모로 20년 역사 동안 아시아의 가치와 아시아성을 탐구해온 광주비엔날레의 정체성을 반영해 올해에는 아시아 작가들이 절반 가량 차지하고 있으며, 남미 등 제 3세계까지 아우르면서 유럽 중심에서 탈피해 변방의 미술 담론을 생산하려는 ‘유쾌한 반란’을 시도한다.

 

영문 타이틀 ‘버닝 다운 더 하우스’는 1980년대 초반 유행했던 뉴욕 출신 진보주의 그룹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유명한 노래 제목으로 2014광주비엔날레의 지향점과 목적을 적합하게 담아내고 있어 차용됐다.

 

제시카 모건 총감독은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제목이 불러일으키는 사운드나 움직임의 실천적 역동성을 추구하면서 현 상태를 ‘불 태우는’ 급진적인 정신을 아우른다”며 “연극적인 요소,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의 전시 개입과 자유롭고 열린 접근 방식을 끌어들이면서 주제가 담고 있는 예술적인 혁신, 호소력, 저항의 힘을 보여주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밝혔다.

 

● 현대미술 톱스타에서부터 공연 예술가 등 39개국 106작가 참여

2014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는 39개국 106작가(115명)로 현대미술 스타에서부터 패션 디자이너, 건축가, 영화감독, 무용가, 공연 예술가 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 모든 매체를 망라하면서 문화 운동을 지향하는 현대미술전으로 꾸며진다.

 

대륙별로 한국 22작가를 비롯해 아시아 51작가, 유럽 34작가, 북·남미 25작가, 아프리카 4작가, 오세아니아 1작가 등의 분포를 보인다.

 

2004년 영국 터너상을 수상하고 2013 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대표작가였던 제레미 델러, 현대미술계의 센세이션이라 할 만큼 주목을 받고 있는 스위스의 얼스 피셔, 독일 출신 로즈마리 트로켈, 영국의 설치미술가 코넬리아 파커, 슬로바키아 출신으로 불평등과 규범을 다양한 매체로 탐구해온 로만 온닥, 피에르 위그 등 현대미술계의 스타에서부터 프랑스 화가로 누보 레알리슴 운동의 선두에 섰던 혁명적 예술가 이브 클라인, 미국 미니멀리즘 선두주자 댄 플래빈 등 현대미술 대가 등도 주목할 만 하다.

 

아시아 현대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아시아권 유명 작가들의 참여도 두드러진다. 중국 대표 작가 류 샤우동, 겡 지엔이, 일본 미술계의 스타 테츠야 이시다, 필리핀의 로델 타파야 등은 아시아의 역사와 변화 발전하는 시대상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2002년부터 테이트 모던 큐레이터로 재직하면서 동서양 조화, 다양성, 융화 등의 메시지를 세계 미술계에 던졌던 제시카 모건 예술총감독은 이번 전시에서도 남미 등 제3세계 지역 작가들을 대거 끌어들이면서 현대미술의 스펙트럼을 확장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여성 작가로 조국의 슬픈 역사와 인권에 대해서 의인화된 동물 모양의 설치 작업을 해온 제인 알렉산더와 멕시코설치 미술가인 가브리엘 오르조코 등 제 3세계 작가의 참여가 대폭 늘어났다.

 

이외에 패션 디자이너 캐롤 크리스티안 풸레, 댄스 듀오 세실리아 뱅골라&프랑수아 섀누, 레바논 영화감독 아크람 자타리 등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이 전시를 보다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만든다.

 

90% 이상의 작가들이 광주비엔날레에 처음 참여하는 작가들로 구성되면서, 작가 발굴의 장이자 실험적이면서 참신한 현대미술의 장이 연출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주제에 부합하는 36여 점 신작 또한 신선하고 파격적인 동시대 현대미술의 미학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전시 기획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불’과 ‘불태움’의 미학

주제 ‘터전을 불태우라’는 ‘불’이 지닌 역사적 맥락과 속성, ‘불태움’이라는 행위에 주목한다.

 

물질을 변형 가능케 하는 힘, 생성과 소멸의 이중성, 인류학적 문맥에서의 변화와 가치 등을 지닌 ‘불’의 속성과 상징성은 이번 전시를 구성?기획하는 방법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불태우는 행위는 박제화된 관습과 규범, 체제에 저항하는 ‘운동’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는 불과 집 등과 연관된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신작 위주의 독창적인 큐레토리얼이 구사된다.

 

스위스의 간판 작가 얼스 피셔는 실재하는 작가의 뉴욕 아파트를 실사 크기로 제작해 3전시실에 설치한다. 이 ‘가상의 집’에는 진짜 예술 작품이 디스플레이 되면서 가상과 현실이라는 이중성이 충돌하는 공간이 된다. 실물 규모의 집 내부에는 스털링 루비의 난로, 패션 디자이너 캐롤 크리스티안 풸레의 말 조각, 일본 사진작가 토모코 요네다 등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작가 에두아르도 바수알도도 본인의 집이 화재로 소멸됐던 경험에 근거해 불에 탄 나무로 만든 집을 선보인다. 불에 의해 변화하는 물질과 잔여물, 파괴 등을 담아내는 작업이다.

 

이밖에 불이 지닌 환희와 유희 등의 축제적 의미는 전시장 곳곳에서 다양한 퍼포먼스를 통해 구현된다.

 

● 광주의 역사적 현장 담은 레지던시 진행

1997년 베니스비엔날레, 2006년 시드니비엔날레 등에 참여한 중국의 신사실주의 대표작가 류 샤우동이 광주에서 한 달 간 레지던시를 진행해 눈길을 끈다. 인구 이동, 환경오염, 경제적 격변 등 글로벌 이슈와 현대인의 삶을 거대한 페인팅 작업으로 담아온 류 샤우동은 광주비엔날레 개막 전 한달 간 광주에 체류하면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의 초상화를 그리는 생생한 프로젝트를 실천한다. 금남로 등 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장소를 배경으로 한 광주지역 젊은이들의 초상화를 그리면서 신세대들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이 어떻게 투영되고 계승되고 있는 지 등을 추적한다.

 

이밖에 폴란드의 풍자적 미술가 세자리 보자노브스키도 광주에 머물며 작품을 제작하며, 에이 아라카와도 광주지역 극단과 놀이패 등과 실험적인 퍼포먼스 작품을 만들기 위해 레지던시를 진행한다. 프랑스의 대표 작가 피에르 위그도 지역민이 참여하는 퍼포먼스를 시도한다.

 

광주지역 시민들은 공모를 거쳐 퍼포먼스 등 작가와의 협업에 참여할 수 있으며, 다양한 워크숍과 레지던시 결과물이 전시에 선보이게 된다.

 

● 권력·성·소비사회 등 예술의 비판적 역할 탐색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주제가 암시하듯 기존 체제를 비판하고 와해시키는 정치적 맥락과 직접적?구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예술에 내재한 미학적 가능성과 불가능성의 탐색도 이번 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관습과 권력, 부조리의 팽배, 개발 위주 현대 사회, 인간성 말살, 재난, 빈부 격차 등의 글로벌 이슈들이 정치·사회·역사적 맥락에서 대거 등장한다.

 

1전시실의 에드워드 킨홀즈와 낸시 레딘 킨홀즈는 해적선을 연상케 하는 설치물 ‘오지만디아스 퍼레이드’(The Ozymandias Parade) 작품을 통해 군대와 국가적 권위 형태에 비판적 질문을 던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제인 알렉산더는 정찰복을 입고 있는 반인반수의 새로운 설치물을 제작해 국가적 통제와 개인 자유의 문제를 결합시킨다.

 

세계적인 작가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출신 여성 작가 이불은 1989년 일본의 거리에서 괴물 형상 솜옷을 입고 행했던 퍼포먼스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여준다. 이불 작가는 그동안 다양한 퍼포먼스와 오브제 작업을 통해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억압과 성 상품화, 군대 문화 등을 비판하는데 주력해 왔으며, 이번 기록 영상도 권력 비판,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저항 등을 보여준다.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처럼 일본사회에 팽배해 있는 극단적 내성주의를 반영한 작품으로 국제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테츠야 이시다는 이번 전시에서 ‘환불’이라는 페인팅 작품을 전시한다. 1990년대 일본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 허무주의, 급속한 기술의 발전과 경쟁 체제, 소비사회와 인간성 상실 등 다양한 일본의 사회상이 담겼다.

 

● 유기적인 전시 공간 눈길

올해 2014광주비엔날레는 1전시실에서 5전시실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서사적 내러티브를 구사하면서도 각 전시실마다 독자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또한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 광장에 들어서면서부터 관람객들은 ‘터전을 불태우라’라는 혁신적이면서 역동적인 전시 주제와 마주하게 된다. 2013베니스비엔날레 영국관 대표 작가였던 제레미 델러는 전시관 전면 외벽을 채우는 거대한 실사 출력의 고화질 배너를 설치한다.

 

전시관 안에서 화재가 나 벽을 뚫고 나오는 문어의 모습은 광주비엔날레의 역사와 전위성 등의 특성을 드러낸다. 광주만의 정체성을 담아내기 위해 제레미 델러는 리서치를 위해 지난해 12월 광주를 방문한 바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 광장을 비롯해 출구 등에는 독일 작가 스털링 루비가 특수 제작한 스토브 3개가 배치되어 전시의 연계성과 몰입도를 높인다. 특히 광장에서는 무쇠로 제작한 스토브에서 나무 장작이 실제 불타오르면서 변화를 상징하는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활용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앞 광장에서부터 전위적인 현대 미술을 만날 수 있다면, 전체 전시관도 마치 연기에 휩싸여 있는 듯한 모습이 연출된다. 스페인 출신으로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1997년 구성된 듀오 엘 우티모 그리또 팀은 1전시실부터 5전시실까지 공간 전체에 걸쳐 연기를 모티프로 한 작업을 선보이면서 건축적인 효과도 더한다.

 

주제에 부합한 스토브와 연기 등이 전시 초입과 전체 공간을 연결하면서도 5개 전시실이 독립된 분위기로 꾸며지는 기획도 ‘하나의 작품’인 셈이다.

이외에 각 전시실의 입구와 출구를 구획하는 작품들이 배치되는데, 예를 들어 1전시실의 경우 잭 골드스틴의 불타는 창문을 연상케 하는 설치물이 입구서 시작되고, 구정아 작가의 벽이 흔들리는 듯한 설치 작품은 출구에 전시된다. 3전시실 얼스 피셔 작 가상의 ‘집’ 내부에 들어갈 때는 피에르 위그의 관람객들에게 집을 안내하는 ‘네임 어나운서’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이와 함께 전시실 곳곳에서는 연극, 퍼포먼스 등 문화적 공연이 전개되면서 관람객들에게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재)광주비엔날레와 광주광역시가 주최하는 2014광주비엔날레는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66일 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광주중외공원 일대에서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