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3월_박명지_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박명지

 

요즘 광주비엔날레는 《물처럼 여리고 부드럽게》 개막을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이 한창입니다. 지난 3월 13일에는 광주비엔날레 제3전시장에서 전시장에 반입된 작품의 포장을 풀고 설치하는 해포식이 열렸습니다. 풀 해(解), 꾸러미 포(包)의 한자로 구성된 ‘해포’라는 단어에서 볼 수 있듯이, 이 행사는 전시를 위해 반입된 작품의 포장을 푸는 것을 기념하는 자리입니다. 또한 그동안 예술 감독, 전시 기획자, 전시 디자이너 등 여러 전문가들이 끝없는 논의를 거쳐 준비한 전시를 드디어 구현하는 의미 있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자리를 통해 전시에 선보일 작품을 공개함으로써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함께 곧 열릴 전시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이 행사는 광주비엔날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입니다. 광주비엔날레는 작품 손상 등 공개 과정에서 생기는 여러 위험을 무릅쓰고 행사를 선보이며, 전시란 예술가와 기획자 그리고 관람객 모두가 함께 만들어나가는 행사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작품은 지난 1월부터 항공과 배를 통해 운송이 시작되었으며, 3월 초부터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습니다. 이번 해포식에서 공개된 작품은 호주 출신 여성 원로 작가인 베티 머플러(Betty Muffler)가 2018년에 제작한 <나라를 치유하다>(Healing Country)입니다. 항공편으로 도착한 이 작품은 거대한 미술품 운송 상자에 담겨 전시장에 들어왔습니다. 크레이트(crate)라 불리는 이 상자는 작품마다 맞춤으로 제작하며 내부에 다양한 완충제가 들어가 작품 파손 방지 및 보호에 뛰어납니다. 안전하게 전시장에 반입된 작품은 작품 운송 및 설치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아트 핸들러(art handler)의 세심한 손길을 통해 포장이 해체됩니다. 이들은 예민하고 민감한 예술작품이 손상을 입지 않도록 온·습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고 각 작품의 특성에 맞게 설치하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이중, 삼중으로 겹겹이 쌓인 포장 너머 드디어 제 모습을 드러낸 작품은 상태 조사 과정을 거친 후 설치가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은 밝은 공간에서 작품을 세운 상태로 진행됩니다. 이때 작품 담당자와 큐레이터는 동봉된 상태 조사서와 작품 상태를 대조 점검하며 운송 중 작품에 손상이나 변화가 생겼는지 확인합니다. 이들은 작품 표면을 세세히 살피기 위해 조명을 측면에서 비추기도 합니다. 모든 확인을 마친 작품 담당자는 사진 촬영과 함께 작품 상태 조사서를 기재합니다. 작성 시점에 촬영한 사진을 포함한 이 보고서는 사후 환경적, 물리적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하는 증거물이자 전시 기간 동안 처음 받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끔 만드는 지침서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설치 전 모든 준비를 마친 작품은 큐레이터와 전시공간 디자이너 간의 수많은 논의 끝에 나온 최적의 위치에 드디어 걸리기 시작합니다.

 

해포식에서 이숙경 예술감독은 처음으로 공개된 작품을 직접 소개할 뿐만 아니라 이번 전시 디자인의 주안점에 대해서 언급했습니다. 환경, 기후 문제, 인류 위기를 다루는 전시 주제와 형식의 일관성에 초점을 맞춘 그는 폐기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쉽게 썩는 재료를 사용하고, 다음 전시에도 활용 가능한 구조로 전시장을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외에도 이번 전시는 기존의 전시 동선과 반대로 1층 5관에서 전시가 시작되어 1관에서 마무리됩니다. 처음 시도하는 새로운 동선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도 쉽게 입구를 찾을 수 있으며 1관으로 향하던 계단이 주는 위압감에서 벗어나 누구나 편하게 방문하게 만듭니다. 또한 관람객들이 여유를 즐기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도록 전시장 내 100여 개의 벤치도 설치될 예정입니다. 이는 이감독이 예술 감독 선정 때부터 외쳤던 ‘관람객 친화형’ 전시와 맞닿는 결정입니다.

 

현재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을 비롯해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예술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 폴리곤 등 외부 전시관의 특성과 어우러지는 작가들의 작업이 설치 중입니다. 또한 3월 중순부터 신작 제작 및 설치를 위한 작가들의 광주 방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의 어느 날,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와 함께 봄을 즐길 준비되셨나요?

 

- 참고자료

캐슬린 김, 안혜성, 유난이, 이경민 외, 『미술품 유통 가이드북_미팅앤스터디: 미술품 유통과 관리』, 서울: 미팅룸, 2018.

김미은, 「광주비엔날레 이숙경 감독 “관람객 친화형 전시 ... 시대문제 공명하는 작품 많죠”」, 『광주일보』, 2023년 3월 13일, www.kwangju.co.kr/article.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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