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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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5월_김가원_포스트아티스틱 어셈블리, 그 3일간의 기록: 폴란드 파빌리온

포스트 아티스틱 어셈블리(Postartistic Assembly), 그 3일간의 기록: 폴란드 파빌리온
 

김가원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전시 기간도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전시는 잘 관람하셨나요? 광주 곳곳에서는 본전시 못지않은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과 커미션 전시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광주비엔날레의 연계 전시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양림동에서는 지난 5월 5일부터 5월 7일까지, 단 3일만 진행한 폴란드 파빌리온 프로그램으로 들썩였는데요. 시작 전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던 폴란드 파빌리온에 저도 동참하였습니다.

 

폴란드 파빌리온은 ⟪포스트 아티스틱 어셈블리⟫(Postartistic Assembly)라는 제목으로 개최되었습니다. 여기서 ‘포스트아트(Postart)’는 폴란드의 예술평론가이자 이론가였던 ‘예지 루드빈스키(Jerzy Ludwiński, 1930-2000)’가 고안해낸 단어로 예술 그 이후, 즉 예술을 활동주의, 농업, 과학과 같이 다양한 생태계로 확장시킨 형태를 의미합니다. 흥미로운 점으로 폴란드에서는 예술을 ‘하는 것’보다 ‘경작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고 합니다. 큐레이터 세바스티안 치호츠키(Sebastian Cichocki)와 마리안나 돕코프스카(Marianna Dobkowska)는 이 점을 주목하여 폴란드 파빌리온은 예술의 다양성과 공생관계를 제안하고 실현합니다. 연결 선상에서 참여 작가 13명(팀)도 폴란드 작가뿐만 아니라 이 뜻을 함께하는 한국, 우크라이나의 작가들과 함께 했습니다.

 

첫날은 양림동 10년후 그라운드에서 열렸습니다. 공식 개막과 함께 참여작가가 진행할 프로그램의 간단한 소개를 하는 ‘트레일러’ 시간을 거쳐 본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첫 순서는 ‘양림쌀롱’으로 자리를 잠시 옮겨 알리차 치첼(Alicja Czyczel)의 <음정> 퍼포먼스에 참여하였습니다. <음정>은 퍼포먼스를 맡은 안무가 알리차 치첼과 작곡가 알렉산드라 그리카(Aleksandra Gryka)가 협업하여 자연

의 소리를 담아 ‘양림쌀롱’에서 퍼포먼스와 결합하는 1시간 동안의 작업이었습니다. 관람하는 저희들은 관람자이자 참여자로 자유로이 움직이거나 소리를 낼 수 있었고, 제가 부스럭 거리며 먹었던 초콜릿의 포장지도 그 소리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퍼포머 알리차 치첼은 자신의 몸짓과 소리를 협업한 소리에 입히고, 마루, 책장, 고양이, 정원 등 주변의 사물과 소리에 반응하며 끊임없이 예측 불가능한 청각적 요소를 만들었습니다. 직접 참여자이자 관람객이 되어 보는 <음정>은 신선한 충격과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했습니다. 10년 후 그라운드로

다시 돌아와 잠깐의 휴식을 취한 후 야시미나 부이치크(Jaśmina Wójcik)가 제작한

유럽 최대 트랙터 제조공장의 변화를 담은 <우르수스 공장의 심포니>(2018)를 관

람하였습니다. 실제 우르수스 공장의 전 직원이 참여하여 만든 장면과 심포니가 인

상 깊었습니다.

 

둘째날은 오전 11시 건축과 자연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첸트랄라(Centrala) 팀의 걷기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폴라 수트리크(Pola Sutryk)가 효모를 사용하여 만든 음료를 함께 시식하고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하는 푸드 센싱 워크숍 <한입의 식감>을 진행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진행된 컬렉티브 그룹 라이스 브루잉 시스터즈 클럽의 <섞어둥둥> 워크숍에도 참여해보았습니다. 워크숍에서는 ‘발효’라는 화학적, 생물학적 작용을 사회적 작용으로 확장을 시도하였는데요. 부산의 금성산성막걸리 제조장에서 밀겨와 물, 두가지의 재료를 사용해 시간과 정성을 들인 만든 누룩으로 참여자들이 직접 막걸리를 만들고, 남은 ‘지게미’를 활용해 함께 전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활동이었습니다. 참여자들은 전과정을 직접 배우고 행동하면서 소비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경험하고, 과정 속에서 부산물이라 여겨진 것들을 활용하면서 보다 소비에 대한 책임감과 활용 다양성을 경험하게 됩니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축제처럼 함께 즐기며 이야기 나눌 수 있어 더욱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습니다. 이후로도 첸트랄라(Centrala)의 다양한 자연 현상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소개하는 <습기> 강연과, 차재민 작가가 강원도 지역을 중심으로 대도시의 가로수로 소비되는 훈련목을 중심으로 제작한 영화 <사운드가든>(2019)을 관람하고 대화를 갖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사운드 아티스트 파베우 쿨친스키(Pawel Kulczyński)가 자신이 진행하는 <생명지표> 시리즈에서 무등산 일대를 답사하며 담은 소리를 작업한 사운드 퍼포먼스를 소개하였습니다. 특히 무등산은 대표 남종문인화가로 알려진 의재 허백련의 활동지였습니다. 의재 허백련은 40대 후반 고향 가족들이 있는 광주에 내려와 무등산에 다원(茶園)[춘설원]을 운영하고, 호남의 대표화단 ‘연진회’를 설립하여 남도의 남종화 전통을 지키고, 후학 양성에 힘써 남도 화단을 형성시킨 인물입니다.1) 의재 허백련이 지키고자 한 남도 자연의 아름다움을 작가를 통해 소리로, 눈으로 경험하였습니다.

 

파빌리온의 마지막날, 첫 프로그램으로는 둘째날 마지막 프로그램이었던 <생명지표>의 연장선으로 파베우 쿨친스키와 참여자들이 함께 직접 무등산을 걸어 다니며 소리를 듣는 <사운드 워크>를 진행했습니다. 작가가 준비한 마이크를 통해 생생한 자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시 양림동 10년후그라운드로 돌아와 이끼바위쿠르르의 <해초 이야기>프레젠테이션을 들었습니다. <해초 이야기>는 현재 본전시에서 전시되고 있는 <열대 이야기>의 토대가 된 작업이기도 한데요. 하도의 해녀와 바다를 통해 자연의 관계를 재고합니다. 작업을 통해 해녀간의 관계, 해녀와 바다와의 관계에서 발견한 행위들을 토대로 김미숙 안무가와 협업하여 <벗이 있어야 물질한다>를 선보였습니다. 또한 해녀의 후손 대다수가 다니고 있는 하도초등학교에서 <바다와 우리벗> 워크숍을 진행하여 해녀들이 물질하여 수확한 바다생물을 직접 그리며 안무를 창작해 자연의 관계에 대입하는 경험을 제공하였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끝에 김미숙 안무가의 주도로 몇 가지의 스텝을 배워 참여자들이 손을 잡고 노래에 맞추어 10년후그

라운드를 한바퀴 돌았습니다. 이 움직임은 김미숙 안무가가 이야기했듯이 “너와 내가 하나 되는” 즐거운 경험을 선사했습니다.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화석연료의 의존이 사라진 미래에 만찬의 식재료로 소비되고,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과거를 반추하는 알리차 로갈스카(Alicja Rogalska)의 영화<만찬>(2022)를 관람하며 3일 간의 폴란드 파빌리온이 막을 내렸습니다.

 

폴란드 파빌리온 기간 동안 익숙한 공간이었던 양림동, 광주 일대가 폴란드 파빌리온이 열린 3일 동안 다른 곳에 온 것 같이 새로웠습니다. 프로그램을 직접 참여하면서 느낀 다양한 감각의 자극은 폴란드 파빌리온이 끝난 지금까지 여운이 남아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폴란드 파빌리온의 제목 ⟪포스트 아티스틱 어셈블리⟫는 하나의 공동체(assembly)가 되어 제가 경험했던 예술 너머(Postart)를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3일이라는 한정된 기간에 아쉬움이 남지만, 3일이라는 집약된 기간이 더욱 극대화된 감각 효과를 가져다 준 것 같습니다. 폴란드 파빌리온의 경험을 발판삼아 제가 바라보는 세상을 좀 더 가까이 혹은 더 넓게 바라보고자합니다. 그것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도 광주비엔날레가 삶의 반경을 더 넓혀줄 수 있는 경험이 되길 바라봅니다.

 

 

 

참고 자료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폴란드 파빌리온 프로그램: 포스트아티스틱 어셈블리」, 『Culture.pl』, 2023.04.05., https://culture.pl/kr/event/polish-pavilion-at-14-

gwangju-biennale.

 

Piotr Policht, 「세바스티안 치호츠키&마리안나 돕코프스카: 옛것이 새롭다 [인터뷰]」, 『Culture.pl』, 2023.05.04., https://culture.pl/kr/article/sebastian-

cichocki-and-marianna-dobkowska-interview.

 

김종・김인서, 『무등산이 된 화가 허백련・오지호』(한국문화연합회광주광역시지회, 2012).

1) 김종・정인서, 『무등산이 된 화가 허백련・오지호』(한국문화원연합회광주광역시지회, 2012), p.84-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