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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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5월_유지현_코끼리를 바라보던 세종의 시선, 코끼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코끼리를 바라보던 세종의 시선, 코끼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글: 유지현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어느덧 중반을 향해가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여러 매체에서도 광주비엔날레를 찾은 관객들의 반응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2023)가 화제입니다. 광주비엔날레의 박서보 예술상 수상작으로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죠.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 역시 매우 흥미롭습니다. 작가는 시각장애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이들이 청각, 촉각, 그리고 후각으로 느낀 바를 토대로 커다란 코끼리를 완성했습니다.

 

특히 엄정순 작가가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코끼리를 소재로 삼은 데에는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 뒤따릅니다. 코끼리는 태종 때에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소개되었습니다. 태종실록 21권에는 “일본 국왕(日本國王) 원의지(源義持)가 사자(使者)를 보내어 코끼리를 바쳤으니, 코끼리는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거대한 몸집의 동물을 기르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습니다. 날마다 콩 4, 5두의 양을 먹었고, 심지어 공조전서를 지냈던 이우(李瑀)가 침을 뱉고 놀리자 그를 밟아 죽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코끼리는 전라도 순천의 장도(獐島)로 유배를 가게 되었고 이후 도 내의 변방을 돌며 길러졌습니다. 그러나 유익 없는 동물을 기르는 것에 대한 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코끼리는 충청도까지 옮겨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옮겨간 지역에서도 코끼리는 골칫거리였습니다. 잘 지내는가 싶었던 코끼리는 충청도 공주에서도 종을 걷어차 죽게 하였고, 이에 관찰사는 코끼리를 바다섬 가운데에 내놓을 것을 청하는 상소를 올렸습니다. 그러나 세종은 "물과 풀이 좋은 곳을 가려서 이(코끼리)를 내어놓고, 병들어 죽지 말게 하라."고 명했습니다.1) 작가는 코끼리가 배척 받았던 이러한 시대적 상황을 언급하며 “작품은 낯선 코끼리를 통해 편견과 결핍을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다루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편견에 관한 관심을 이어가겠다.”고 말합니다.

 

한편 <코 없는 코끼리>에 내재된 사회적 차별에 대응한 메시지는 미술계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제시되어 왔습니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또한 그 일환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주인공 영우는 천재적인 능력을 지녔으나 자폐스펙트럼이라는 장애가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아무리 큰 재능이 있다고 해도 장애가 있는 영우를 보는 모든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사람들에게 영우는 조선시대에 처음으로 등장한 코끼리처럼 낯선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영우 주변에는 항상 그녀를 응원하고,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바라봐준 인물들이 있었습니다. 마치 세종이 주변의 부정적인 견해를 뒤로하고 코끼리에게

따뜻한 시선을 건넸던 것처럼 말이죠.

 

결과적으로 영우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제 삶은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답습니다.”라고 고백합니다. 물론 주변의 시선만으로 누군가의 인생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하나의 따뜻한 시선이 누군가의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는 있습니다. 전시장에서 코끼리를 바라보던 여러분의 애정 어린 시선이 실제 우리 삶속에도 이어져 모두가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길 바랍니다.

 

1)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코끼리에 관한 이야기는 sillok.history.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