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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고 느끼며 체험하는 다양한 작품 만나보세요.”
■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도슨트 추천 8선
제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이 순항 중인 가운데 광주비엔날레재단은 관람객들의 전시 이해를 돕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별도의 예약 없이 현장에서 선착순 20명 내외로 전시 해설이 오전 10시, 오전 11시, 오후 1시, 오후 2시, 오후 3시 등 5차례 진행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매표소 앞에서 시작 시간에 맞춰 대기하면 별도의 예약 없이 이용 가능하다.
이러한 전시 해설을 제공하는 도슨트는 매일 많은 관람객을 최접점에서 만나면서 작품의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다. 도슨트들이 꼽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추천 작품 8선을 소개한다.
정기 해설 이외에도 작품 마다 QR을 찍으면서 들을 수 있는 국영문 오디오 가이드도 활용 가능하다.
● 1전시실: 부딪침 소리(Feedback Effect)
피터 부겐후트(Peter Buggenhout),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The Blind Leading the Blind)>(2018-2023)
피터 부겐후트의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 연작은 피터르 브뤼헐 더 아우더(Pieter Brueghel de Oude)의 작품에서 차용한 제목이다. 잘못된 지도자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을 묘사한 브뤼헐의 그림처럼 부겐후트는 모든 것을 다 안다고 생각하는 인간의 욕심을 지적하며 인간과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형상을 만들었다. 폐기물로 형성된 구조물에 두껍게 쌓인 먼지, 그 덩어리 안에서 조금씩 자신의 실체를 말하는 헝겊, 고무줄, 철, 나무, 플라스틱 등은 우리가 사물을 이해하는 방식을 뒤엎는다. 어둡고 쇠락한 작품은 어떤 비극이자 우울함으로 가득 차보일 수 있으나 우리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면 또 다른 삶과 예술이 가능함을 말해준다.
● 2전시실: 부딪침 소리(Feedback Effect)
노엘 W. 앤더슨(Noel W. Anderson), <흑인 여가를 위한 반론(In Defense of Black Leisure)>(2024)
노엘 W. 앤더슨은 사운드 설치와 함께 세 점의 테피스트리 작업 <흑인 여가를 위한 반론>(2024)을 선보인다.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1980)에서 영감을 얻은 장면을 따와 태피스트리를 제작하고 영화에서 목사 역을 맡은 가수 제임스 브라운의 목소리에 판소리의 북 리듬을 입혔다. 아카이브에서 수집한 다양한 이미지는 태피스트리의 물리적인 작업 방식으로 인해 희석되고 변색되고, 훼손되기도 한다. 흑인 남성인 작가의 손작업이 필요한 태피스트리는 장르 특성상 물질적으로 그리고 개념적으로 변형된다. 특히 흑인 남성의 정체성 개념이 변화하는 양상을 탐구하는 앤더슨의 작업에서 제임스 브라운의 목소리는 한국 서민들의 울분에서 비롯한 판소리와 겹쳐지며 가장 아래에서 오는 것들이 합쳐진 투쟁을 생각하게 한다.
케빈 비즐리(Kevin Beasley), <현장 모듈(신시사이저) I (Field Module (Synthesizer) I)>, <현장 모듈(신시사이저) II (Field Module (Synthesizer) II)>(2024)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으로 제작된 케빈 비즐리의 신작 다섯 점은 넓은 미국 땅에 살며 이주를 거듭해 20세기 초중반에 도시로 정착한 미국의 많은 흑인 가족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는 작업을 하는 동안 자신의 기억과 경험이 수 세대에 걸친 조상들과 공명한다고 생각했다. 면화를 뭉쳐 만든 대형 설치 조각 <현장 모듈> 시리즈 다섯 점 중 벽면 설치 작업 <현장 모듈(신시사이저) I>과 <현장 모듈(신시사이저) II> 천이라는 평범하고 보편적인 소재를 노동의 흔적으로 살핀다. 레진으로 주조해 벽면에 건 작품 <현장 모듈(신시사이저)> 두 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농구 유니폼이나 스웨트 팬츠, 드레스, 이발용 앞치마의 일부를 찾아볼 수 있다. 면화에 깃든 농업·농사·노동의 흔적을 살피고 여기에 결부된 인종적인 유산을 탐구한 흔적은 작품 속 옷감처럼 은유적으로 그러나 전면에 드러나 있다.
● 3전시실: 겹침 소리(Polyphonies)
해리슨 피어스(Harrison Pearce), <원자가(Valence)>(2024)
작가는 자신의 질병으로 뇌 스캔을 경험하고 뇌를 형상화한 실리콘 덩어리를 중심으로 두고 이를 자극하는 기계적인 관계로 몸의 역기능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부드럽고 유연한 실리콘을 자극하는 금속성 탐지기의 접촉은 인간과 비인간, 유기체와 기계의 끊임없는 상호변형을 보여준다. 동시에 작품은 금속성과 고무의 생동감 있는 형태를 포용하는 타악기 소리에 맞춰 반응하고 움직인다. 기초가 된 소리는 MRI 스캔에서 따왔다. 직관적인 금속 프레임과 기계 구조 안에 있는 실리콘 덩어리가 반응하고 움직이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심장 박동이나 호흡과 같은 신체 리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관람자는 멀찍이 떨어져 10개의 구조물이 만드는 군무를 감상할 수도 있고, 작품 사이를 거닐면서 작품의 세세한 움직임에 집중해 볼 수 있다.
● 4전시실: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
비앙카 봉디(Bianca Bondi), <길고 어두운 헤엄(The Long Dark Swim)>(2024)
소금물을 이용한 화학 반응을 이용하고 여기에 일상적인 사물을 대치하여 극적인 두 세계를 연결하는 비앙카 봉디의 작품은 관람자에게 감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길고 어두운 헤엄>은 하얀 소금 사막 위에 이상한 액체로 채워진 연못이 있고, 이 불투명한 연못 속에는 식물이 자라난다. 연못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면 색색의 헝겊 흔적으로 남은 시체 다섯 구를 발견할 수 있다. 관람자들이 신발을 벗고 올라온 이 단상에 기이한 연못과 생명이 끝난 흔적이 병치되어 이 장면을 바라보는 관람자들이 현실 너머의 세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 순간적으로 초감각적인 공간 경험은 도미니크 놀스의 대형 회화와 맞물려 또 다른 세계의 포털로 안내하는 듯하다.
주라 셔스트(Jura Shust), <초심자 III: 가장 짧은 밤의 전야(Neophyte III: On the Eve of the Shortest Night)>(2023)
인간 정신과 자연 세계 사이의 연결을 시도하는 주라 셔스트의 작업은 자연과 소통하던 고대의 전통을 수행하는 영상 속 인물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폴란드-벨라루스 국경에 모인 8인의 벨라루스 난민으로 분한 인물들은 슬라브족의 전통 하지 축제 ‘쿠팔라(Kupala)’를 재현한다. 쿠팔라의 밤에는 불과 물이 재생의 힘을 얻고 동물과 나무, 풀이 말을 하고 움직일 수 있다고 믿는다. 불과 물을 곁에 두고 놀이를 이어가는 영상 속 10대들의 장면은 엄숙한 의례를 치루는 듯 비장한 긴장감이 넘친다. 덧붙여 슬라브의 민속 신앙에서 침엽수 숲은 신성한 사원으로 기능한다. 영상이 상영되는 중에 송진으로 가둔 나무 기둥과 전시장 바닥에 흩뿌려진 침엽수 잎은 사람이 죽은 뒤 나무로 들어간 영혼이 나뭇잎을 모두 떨굴 때까지 그곳에 머문다는 믿음을 상징하며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 된다.
● 5전시실: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
미미 박(Mimi Park), <발광하는 우리(Shining Us)>(2024)
미미 박의 <발광하는 우리>는 작은 오브제로 연결된 소우주를 상징한다. 각각의 오브제는 서로 인접한 오브제를 통해 작동되고, 무수한 개별적 요소가 모인 별자리처럼 빛난다. 작품에 사용된 사물들은 작가의 작업 세계에서 중요한 키워드인 ‘놀이’를 통해 조합되고 이어진다. 가볍게 여기고 지워지기 쉬운 일상적 사물이 한데 모여 형성한 작은 세계는 호기심을 동하게 만들고 작은 것들을 보듬는 시선을 갖게 한다.
하십 아흐메드(Haseeb Ahmed), <주식 날씨III(Stock Weather III)>(2024)
하십 아흐메드는 지난 10년간 바람과 물의 유체 역학 연구를 작품에 적용하는 작업을 해왔다. 바람과 물의 움직임이 근본적으로 기후변화와 결부되어 있음을 일깨우고 이것이 운반하는 문화적인 단서를 포착하고자 한다. 이번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 하십 아흐메드의 작품은 글로벌 경제와 날씨를 연결해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어떤 사건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축소한 콜로세움 같은 구조물에 올라서면 둘러싸인 곡선형 모니터에 주식 거래소의 데이터 속 숫자가 오르내리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 숫자의 움직임은 발밑에 펼쳐진 모래밭 위를 돌아가는 날개의 속도에 영향을 주고 이 장면은 다시 관람자 시선의 모니터에 재생된다. 또 다른 날씨 풍경이 화면에 비친다. 작가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불확실한 주식이나 날씨 등에 매달리는 이유를 묻는다.
(문의) 홍보마케팅부 (062)608-4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