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6인의 감독이 꼽은 놓치면 후회할 12작품

2012광주비엔날레, 이 작품 놓치지 마세요.


40개국 92명의 작가(팀)이 참여해 300작품 1500여 점이 전시되는 2012광주비엔날레. 특히 ‘라운드테이블’만을 위해 제작되는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들이 많은 이번 비엔날레에서 놓치면 후회할 작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6명의 감독들이 선정한 12개의 작품을 소개한다.

 

▲아이 웨이웨이(Ai Weiwei)
언어 프로젝션(Word Prejection), 2012
- 광주비엔날레 야외광장

아이웨이웨이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미술가 중에 한 사람으로 주목되고 있다. 아이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의 디자인과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많이 관여해왔다. 같은 해 쓰촨성 대지진이 일어난 후 그는 <시민조사 프로젝트(Citizens’ Investigation Project)>를 시작하여 부실 구조로 인해 학교 건물이 무너지면서 사고를 당한 희생자들의 정보를 수집 분석하였고, 그 후로 계속해서 인권 운동적인 측면을 작업에 한층 더 강하게 반영해 오고 있다.
중국 정부와의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아이는 작품과 사회적 미디어 활동을 통해 전 세계적인 인권의 문제에 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도 출국 금지 상태에 놓여 있는 아이는 광주비엔날레 2012에 <언어 프로젝션(Word Projection)>을 선보인다. 물질적인 작품이 아닌, 소셜미디어와 비디오 프로젝션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비물질적인 수단으로 이 행사에 자신의 존재를 반영하겠다는 계획이다.

 

 ▲앨런 캐프로 Allan Kaprow
밀고 당기기: 한스 호프만을 위한 가구 코미디(Push and Pull: A Furniture Comedy for Hans Hofman) -
비엔날레전시장 제5전시실

앨런 캐프로는 1950년대에 ‘해프닝’이라는 용어를 만든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미술가이다. 비엔날레에서 다시 재현되는 작품은 <밀고 당기기: 한스 호프만을 위한 가구 코미디(Push and Pull: A Furniture Comedy for Hans Hofmann)>이다. 이 작품은 한스 호프만이 자신의 회화를 삼차원의 공간으로 구성하기 위해 사용한 ‘밀고 당기기’라는 행위 - 여기에서 호프만은 관객들에게 배열된 가구와 가구의 색채 균형 위에 밀고 당기는 동작들을 가하게 하였다 - 를 변형한 해프닝이다.
‘매일 사물들이 변화할 것’이라는 캐프로의 선언처럼,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바뀌는 작품의 공간 배치는 공간과 사물과 사람을 지배하는 일상적 삶 속의 상호적인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불러 일으키고 관객 참여나 행위성과 같이 현대 미술에서 제기되는 이슈들에 대한 깊은 통찰을 재현한다.
 
마이클 주(Michael Joo)
분리불가(indivisible), 2012
 - 비엔날레전시장 제1전시실

이민 2세대 한국계 미국 작가인 마이클 주의 <분할불가(Indivisible)>는 광주의 5·18 민주화운동, 그리고 최근에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시민운동들과 연관된 작업으로, 백여 개의 방패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방패는 공격보다는 방어를 목적으로 만들어져 활이나 창 등의 무기를 방어하는 도구였으나, 현대 사회에서는 시위나 데모의 현장에서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용된다. 방패는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룹 혹은 공동체를 형성한다. 방패 밑의 공간에서도 점토로 만들어진 작가의 개인적인 용품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유적지에서 발굴된 유물처럼 보이는 개인 용품들은 개인의 익명성을 드러내면서 무명의 개인에 대한 고고학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서도호 (Do Ho Suh)
 탁본 프로젝트 - 비엔날레전시장 제1전시실

서도호는 20대에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자아와 타자, 개인과 집단,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간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는 개인적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집단 안에서의 개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용도가 폐기되어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공간에 남겨진 흔적이나 낙서를 색연필이나 목탄을 이용하여 종이를 대고 문질러서 기록하는 <탁본 프로젝트>는 작가의 오랜 관심사인 전체나 집단 안에서의 개인의 흔적이나 경험을 보여주는 동시에 공간의 문제를 다룬다. 구 가톨릭대학교의 기숙사였던 공간, 구도심의 오래된 주택의 방 한 곳, 그리고 대인시장 안에 있던 상점의 흔적이나 기억을 광주의 학생들, 젊은 작가들과 함께 모은 후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보리스 그로이스 (Boris Groys)
 역사 이후: 사진 작가로서의 알렉상드로 코제브(after History: Alexandre Kojeve as a Photographer) - 비엔날레전시장 제3전시실

역사 이후: 사진 작가로서의 알렉산드르 코제브(After History: Alexandre Kojee as a Photographer)는 철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보리스 그로이스가 큐레이팅한 프로젝트이며, 2012년 5월 BAK(Basis voor Actuele Kunst: 네덜란드 현대 예술의 창작 플랫폼으로 작품을 만들고, 발표하며, 분석하는 기관)의 리서치 프로젝트 《과거의 서구(Former West)》의 일환으로 진행되었다. 제9회 광주비엔날레의 캐롤 잉화 루의 기획전 《개인적 경험으로의 복귀》를 통해서는 그에 이어 두 번째로 전시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러시아 태생의 프랑스 철학자이자 외교관이었던 알렝산드르 코제브의 사진 작업의 독특한 본체를 밝히고자 하는 데 있다.
그로이스는 코제브의 사진이 “전체를 총괄하는 예술적 전략이 개별적인 이미지의 이면으로부터 드러나기 때문에 코제브의 철학과 정치적 실천이라는 맥락 안에서 생각할 때 예술 작품으로 여겨질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보리스 그로이스, <현인(賢人)으로서의 사진 작가(The Photographer as the Sage)>, 2012)고 믿었고 사진을 전시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믿음을 따랐다.

 

제임스 캐힐 (Jamed Cahill)
순수하고 객관적인 관점: 초기 중국 회화 구상(A Pure and Remote View: Visualizing Early Chinese Painting)
- 비엔날레전시장 제3전시실

초기 중국 회화를 주제로 한 미국 미술사가 제임스 캐힐의 온라인 강의는 단순한 교육 프로젝트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총 7부로 구성된 《순수하고 객관적인 관점: 초기 중국 회화 구상(A Pure and Remote View: Visualizing Early Chinese Painting)》이라는 제목의 이 강의 시리즈는 13세기 말 송나라가 멸망할 때까지 중국 회화사에서 꼽은 2200개가 넘는 고해상도 세부 이미지와 제임스 캐힐의 짧은 설명으로 구성된다. 이것은 캐힐이 중국의 전통 예술을 수십 년간 조사하고 연구하여 축적한 좀처럼 보기 힘든 시각 자료로 이루어진 가치 있는 아카이브이기도 하고, 자연과 좀 더 닮은 모습으로 그림을 그리려고 했다는 측면에서, 캐힐의 평가에 따르면, 유럽의 르네상스나 바로크 전통과 비견될만한 것이기도 한다.

 

 ▲버티컬 서브머린(Vertical Submarine)
숲: 무슈 팽의 한 챕터(The Forest: A Chapter from Monsieur Pain)
 -  광주극장

버티컬 서브머린의 2012년 작 <숲: 무슈 팽의 한 챕터(The Forest: A Chapter from Monsieur Pain)>는 칠레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Roberto Bolan, 1953-2003)의 소설 《무슈 팽(Monsieur Pain)》의 한 장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버티컬 서브머린이 제9회 광주비엔날레 《라운드테이블》을 위해 제작한 이 설치 작업은 소설과 마찬가지로 은유적인 미장아빔(mise-en-abyme: 심연으로 밀어넣기)이자 액자 속 액자 구조의 서사로 되어 있다. 재난의 모형으로 가득 찬 수조는 카페 너머의 공간에 임박한 혼란을 상기시킨다. 유럽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라틴 아메리카 작가가 저술한 원작에 등장하는 녹색 톤의 프랑스 카페와 두 금발의 행적, 싱가포르의 예술가들이 재해석한 설치라는 측면에서 이 작품은 금에 대한 천착과 재앙이 지속되는 열대 우림의 동남아시아와 연결해 해석할 수 있다.

 

페드로 레예스(Pedro Reyes)
이매진(Imagine)
, 2012 - 비엔날레전시장 제2전시실

페드로 레예스의 작업은 디자인과 영화, 건축, 교육의 경계를 넘나든다. 그는 작품 창작을 위해 다양한 재료와 접근 방식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면서, 현대적 일상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예술 작업이 갖는 기능을 드러내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의 작업은 작가들이 어떻게 행동주의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를 제시하는 한편 그의 실험적인 시각 요소들은 행동주의를 넘어 현대 미술의 여러 측면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레예스의 확장된 조각 개념은 집단이 지닌 개인적이면서 공동체적인 의식을 확대함으로써 사회적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2006년에서 2008년까지 제작한 전작 <피스톨 총으로 만들어진 삽(Palas Por Pistolasor)>은 1,527개의 총을 기부 받아 나무를 심는 삽으로 변형한 작업이다. 멕시코 쿨리나칸(Culinacan)에서 이루어진 이 프로젝트에서 그는 ‘어떻게 죽음의 원인이 삶의 동력이 되는가’를 보여주고자 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에서 레예스는 무기를 변형시키는 이 작업의 새 버전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을 강조한다.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West Eastern Divan Orchestra)
West Eastern Divan Orchestra (지휘: 다니엘 바렌보임) 공연, DMZ 평화콘서트, 2011년 8월11일. -  비엔날레 전시장
: 제4전시실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이하 WEDO)는 1999년 아르헨티나 출신의 마에스트로 다니엘 바렌보임(Daniel Barenboim)과 팔레스타인의 문학가이자 음악 비평가인 고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가 지적인 대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설립하였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아랍세계 출신의 단원들로 구성된 이 오케스트라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충돌은 무력으로 해결될 수 없고 이스라엘인들과 팔레스타인 국민들의 운명은 끊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위에 세워졌다.
WEDO가 시각예술 비엔날레라는 맥락 속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작품은 아카이브 설치 형태로 보여지게 된다. 비엔날레는 주로 발언의 제스처를 표현하는데 비해 WEDO는 ‘타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듣기의 윤리를 제안한다.

 

다린카 포프 미틱(Darinka Pop-Mitic)
  활동적 연대(Ative Solidarceo), ‘견고함에 대하여(On Solidarity) 시리즈, 2005(진행중). - 비엔날레 전시장: 제4전시실

다린카 포프미틱의 작업은 공식적인 역사와 부유하는 기억 사이의 불안정한 지대를 다시 파헤치는 것으로부터 전개된다. 세르비아 출신의 작가 포프미틱은 2012 광주비엔날레에서 기념비적인 현장 벽화 <견고함에 대하여(AktivSolidarceo, On Solidarity)>를 선보인다. 그녀는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만의 특별한 역사성 즉, 자주관리(self-management), 집단적 노력, 상호공존을 다시 불러 일으킨다.
파편적인 증거자료를 가지고 벽화를 재구성하는 이 고고학적인 행위는 종결을 거부하는 역사가 이용할 수 있도록 파편을 그 곳에 가져다 놓는 일이다.

 

슬라브스와 타타스(Slavs and Tatars)
나스레딘 호자: 반근대주의자(Molla Nasreddin : The anti modernist)
 - 광주비엔날레 야외광장

수피(sufi: 이슬람 신비주의 종단) 현인이자 바보인 나스레딘은 초국가적인 인물로, 크로아티아에서부터 중국까지 중앙아시아 전역에서 그 이야기가 전해온다. 주로 앞으로 걸어가는 당나귀 위에 뒤로 올라탄 나스레딘의 모습은 뒤를 바라보면서 앞으로 걸어가는 말 그대로의 반근대주의를 표상한다. 하지만 반근대주의는 근대성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를 매개하는 작인(作因)으로서의 역사와 과거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켜준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를 위해 타타스는 실물 크기의 조각 작품 <나스레딘 호자 (반근대주의)>을 어른과 아이들이 모두 말을 타는 놀이터의 형태로 구성했다. 작가는 당나귀에 거꾸로 앉아 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나귀의 배를 움켜쥐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처음에는 어색한 풍경처럼 보일 수 있는 이 장치는, 우리가 시간과 역사와 진보와 과연 어떤 관계 속에 놓여 있는가와 같은 첨예한 주제를 논의하는 대화의 장을 열어간다.

 

애덤 브룸버그 & 올리버 차나린 (Adam Broomberg and Oliver Chanarin )
 고통받는 사람들(People in Trouble) - 비엔날레전시장 제4전시실

<분쟁 속의 사람들이 웃다가 땅으로 고꾸라진다(People in Trouble Laughing pushed to the Ground)>는 브룸버그 & 차나린이 1983년에 설립된 사진 기록 보관소인 벨파스트 익스포즈드(Belfast Exposed)와 협력하여 제작한 작업의 결과물이다. 벨파스트 도네걸(Donegal) 가 23번지 1층의 작은 공간에 자리한 이 보관소는 북아일랜드의 분쟁을 보여주는 1만 4000점 이상의 흑백 밀착 인화물을 보유하고 있다.
브룸버그 & 차나린의 기록 작업은 어디에서나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이미지의 유비쿼터스적인 현상과 과학기술로 인해 다큐멘터리적 이미지의 생산과 그 사용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 시대에 사진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현재 진행형의 프로젝트이다. 초기 작업에서부터 이러한 작업으로 향해가는 매개적인 탐구가 행해지고 선언되었다.

 

모든 보도자료 및 전시자료는 2012년 7월 10일부터 www.webhard.co.kr에서 다운로드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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