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앞으로 폐막 5일…오감 자극 광주비엔날레 작품 놓치지 마세요”

앞으로 폐막 5오감 자극 광주비엔날레 작품 놓치지 마세요

15회 광주비엔날레 다른 감각으로 감상하는 작품 8

 

15회 광주비엔날레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 폐막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시 관람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판소리, 모두의 울림(Pansori, a soundscape of the 21st century)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청각을 비롯해서 후각, 촉각, 미각 등 관람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대거 선보여지고 있다.

()광주비엔날레(대표이사 박양우)는 시각을 통해 감상한다는 현대미술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제15회 광주비엔날레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 8선을 소개한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과 외부 전시 공간인 양림동에서 청각 뿐 아니라 후각, 촉각 등 여러 감각을 동원하면 전시 감상의 감흥이 배가 될 것이다.

 

후각 작품

- 가엘 쇼안느(Gaëlle Choisne), <비석(아이티 포르토프랭스) Série Stèles (Port-au-Prince, Haïti)>(2024) (3전시실: 겹침 소리(Polyphonies))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콘크리트 패널에 그림은 유령 같은 장소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아이티 포르토프랭스를 방문한 작가는 지진과 허리케인 등 숱한 자연재해로 파괴되고 버려진 구조물의 잔해와 폐허를 포착한다. 콘크리트 패널에는 오톨도톨한 입자가 있는데 정화의 의미가 있는 소금이다. 정화는 자연 재해와 폐허의 부정적 기운을 무화하는 힘이 있다. 전시장 바닥에 놓여있는 과일은 작가이자 활동가인 오드리 로드의 시 <블랙 유니콘>(1978)을 우리말로 번역해 한국 제철 과일에 새겨 넣은 작품 <나를 부드럽게 먹어 줘(블랙 유니콘)>이다. 새겨진 시는 과일이 부패함과 동화하여 사그라든다. 과일 근처에는 향이 타고 있어 전시장 안에서는 은은한 냄새가 퍼진다. 두 작품은 기후적 비탄을 기리는 제단 안에 바치는 헌사로 조응한다.

- 오스왈도 마시아(Oswaldo Maciá), <바람과 먼지와 숨결을 후각적 음향 구성 (Olfactory Acoustic Composition for Wind and Dust and Breath)>(2024) (4전시실: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

반구형의 무대에 거칠게 쓰인 한글 혼돈, 이주, 나비, 호흡, 모래, 바람은 오스왈도 마시아가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것들과 작품에 포함된 요소의 키워드를 보여준다. 방법론을 교환하여 상호 이익을 꾀한다는 개념인 교차 수분과 이주에 관심이 있는 작가는 세계 여러 사막을 이주하는 바람의 소리를 수집하여 합창단의 울림과 함께 재생한다. 반구형의 구조물 위 의자에 앉아있으면 사막을 지나가는 고요한 바람 소리뿐만 아니라 자작나무의 은근한 향도 풍겨 나온다.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해 온 자작나무는 전 세계에서 다양하게 사용되면서도 어느 문화권에서나 익숙한 향기로 집단의 기억을 자극하는 장치가 된다.

- 로리스 그레오(Loris Gréaud), <신성 급행열차(Nova Express)>(2024) (5전시실: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

5전시실에 들어서면 나는 은은한 향은 매일 15분 동안 로리스 그레오의 작품이 작동하며 풍기는 향이다. <신성 급행열차>는 작품의 이름에서 직감할 수 있듯 포름산 에틸 분자를 활용하여 은하의 향을 재현한 작품이다. 2009년 파리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IRAM 망원경으로 심우주에서 생물학적 움직임을 포착하기 위해 아미노산의 흔적을 추적하다가 우주 공기 중에 포진한 포름산 에틸의 존재를 발견한다. 포름산 에틸은 산과 알코올이 반응하며 생긴 화학 분자로 라즈베리와 같은 과일 향을 풍기며 식용 향료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우주라는 추상적인 근원에 다가가는 실체가 후각이 된다는 점은 허구의 어떤 것을 재현하는 듯 보이지만 과학적 발견에 기반한 물질을 작품에 적용한 것임을 떠올려보면 작품을 통해 미지의 은하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촉각 작품

브리아나 레더버리(Brianna Leatherbury), <무거운 짐(Burden)>(2024) (5전시실: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

브리아나 레더버리는 금융과 부동산을 움직이는 신념 체계를 탐구해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본의 논리에 속한 자산가들이 아끼는 물건을 구리 도금으로 박제하는 것을 통해 그들의 신념과 그 실체에 접근하는 시도를 해왔다. 이번 신작 <무거운 짐(당신 혈관 속 얼음물)>(2024)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대의 나무 캐비닛에 구리를 입힌 작업을 커다란 산업용 냉장고 안에 전시한다. 전 세계 식량 혹은 물품을 옮기던 수단의 과거와 현대가 교차하며 쾌적한 기술의 발전만큼이나 가치의 위계가 급변하는 현재를 비판적으로 성찰한다. 작품이 전시된 대형 냉장고는 실제 가동 중이기 때문에 레더버리의 작품을 감상하려면 차가운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관람자가 느끼는 찬 기운은 작품의 표면의 구리 도금의 특성과 연결되어 작품을 더 생생하게 감각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작용한다.

 

미각 작품

- 김자이(Jayi Kim), <휴식의 기술 Ver. 도시농부(re-member)>(2024) (양림 소리숲: 양림문화샘터)

질병의 기억으로 휴식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게 된 작가는 전시장 가운데에 텃밭을 가꾸기를 적용한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작가가 조성한 인공텃밭에는 지역 단체와 주민들의 손길로 지역의 허브를 재배하는데, 개막 기간 동안 전시장의 허브를 수확해 인근 카페에 가져가면 작가가 고안한 허브 음료를 만들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참여자가 음료를 위한 재료를 전시장에서 수확하고 카페로 가져갈 때는 도보로 이동해야 했는데 모든 과정은 친환경적이면서 일종의 협동이 필요하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음료를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고 직접 마셔보는 경험에서 참여자들은 같은 것을 이행하는 유대로 연결되기도 한다.

 

청각 작품

- 안드리우스 아루티우니안(Andrius Arutiunian), <무제(Untitled)>(2024) (양림 소리숲: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전시장에 들어서면 나무 스피커로 놓인 공간에 기이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아르메니아계 리투아니아인인 작가 안드리우스 아루티우니안은 같은 아르메니아계 그리스인이면서 철학자이자 작곡가인 게오르기 구르지예프의 즉흥 연주를 녹음한 테이프를 100배 느린 사운드 작품으로 선보인다. 신비주의자였던 게오르기 구르지예프는 1940년대 파리의 아파트에서 의식적인 행사 겸 모임을 수없이 주최했고, 이때 자신이 좋아하는 악기인 하모니움으로 한 즉흥 연주를 즐겼다. 1949년 당시 몽롱한 소리를 내뿜던 연주가 녹음된 19시간에 달하는 테이프를 아루티우니안의 해석이자 구르지예프에 대한 오마주로 총 5시간에 달하는 사운드 작품이 구현된다.

- 안젤라 블록(Angela Bulloch), <다이내믹 스테레오 드로잉 머신 (Dynamic Stereo Drawing Machine)>(2020) (양림 소리숲: 한부철 갤러리)

안젤라 블록의 연작 <드로잉 머신>(2020)은 모터 달린 기계손이 수성 잉크 마커를 움직여 지속적으로 드로잉을 하는 작품이다. 기계는 주변의 소리나 움직임에 반응하여 작동하는 시스템을 장착하였다. 이번 작품 <다이내믹 스테레오 드로잉 머신>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에게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내면에서 어떤 소리가 울려 퍼지는가?”에 대한 답으로 고른 노래와 소리가 드로잉 머신을 움직이는 플레이리스트로 구성되었다. 드로잉은 기계가 듣고 있는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반응이라고 할 수 있으며, 드로잉의 형태나 이어지는 곡선 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계가 어떤 음악을 듣고 있을지 연상하게 된다. 전시 기간 내내 다른 드로잉을 그리는 작품은 음악을 듣고 움직이고 있는 중인데, 해당 플레이리스트는 관람자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 미라 만(Mira Mann), <음의 눈, 눈의 음(eye of song, song of eye)>(2024) (양림 소리숲: 빈집)

빈집 2층으로 올라가면 하얀 장지를 바른 벽면과 바닥에 먹을 찍은 붓으로 지나간 자유분방한 검은 선들로 채워진 방이 있다. 개막 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워크숍을 통해 먹으로 선이나 그림 등을 자유롭게 그리게 하는 참여형 작업으로 전시 기간 내내 다른 모습으로 자리한다. 반대편 방에서 감상할 수 있는 비디오 작품과 소리는 빈집 외벽에 새겨진 유교 명문을 번역하고, 이 글에 대한 응답으로 의성어로 된 판소리 기반의 사운드 작품이다. 한 공간에 펼쳐진 비디오와 사운드, 참여형 드로잉이 결합된 복합적 작품을 받아들이기 위해 관람자들은 열린 감각을 소환한다.

 

(문의) 홍보마케팅부 (062)608-4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