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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통에서 세계와 通하는 ‘실마리’ 제시
신종플루 불구 20만 관람객 찾아…정체성 굳히기 안착
첫‘전시 수출’ 길 트기도…관람객 다변화 모색 필요
2009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48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4일 막을 내렸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지난 2005년 창설, 올해로 3회째 행사를 치른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The Clue-더할 나위 없는’을 주제로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광주 남구 양림동 일대에서 펼쳐졌다.
1회 디자인비엔날레에 큐레이터로 참여한 바 있는 은카운슬 은병수 대표가 디자인총감독을 맡은 올해 행사는 옷?맛?집?글?소리 5개의 주제전과 살림?살핌?어울림 3개의 프로젝트전, 싱싱노래방과 사직공원 내 팔각정을 올해 행사 상징조형물로 조성하는 2개의 특별프로젝트 등으로 구성됐으며 48개국에서 519명의 디자이너와 376개 기업이 참여, 1천951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지난 2차례의 행사를 통해 존재를 각인시켰다면 올해 행사는 한국문화의 원형에서 세계 디자인계에 새로운 실마리와 이슈를 제시, 정체성을 확고히 다졌다는 국내외 평가를 이끌어냈다.
디자인비엔날레와 디자이너, 참여기업, 산업현장간 지속적 연계와 협력을 위해 최초로 ‘비지니스 큐레이팅 제도’를 도입,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는가 하면 전시 실행 측면에서는 친환경 전시환경 연출을 통해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모범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 광주의 옛모습을 간직한 채 쇠락해 가는 남구 양림동 일대를 전시공간으로 끌어들여 볼거리, 즐길거리, 이야깃거리가 있는 문화벨트로 탈바꿈시킨 점도 내세울만 하다.
특히 전세계를 불안에 떨게 한 신종플루 영향으로 두차례나 일정을 조정하는 등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었지만 일관성있는 주제의식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전시 구성, 다채로운 부대행사 등이 버무려져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당초 목표치에는 못미쳤지만 가족 단위 일반 관람객들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20만여명의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찾아 여유롭고 쾌적한 관람을 즐겼다.
2009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남긴 성과와 과제 등을 짚어본다.
◇ 전시
○ ‘한국문화 원형’서 실마리 제시
2009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는 ‘실마리’ ‘단서’를 뜻하는 영어 단어 ‘The Clue’와 ‘더 할 수 있는 여지나 더 해야 할 필요가 없는 최상의 상태’를 뜻하는 우리말 ‘더할 나위 없는’이 댓구를 이룬 것으로 한국문화의 원형에서 출발, 글로벌 디자인계에 새로운 실마리를 던진다는 의미를 표현했다.
이같은 주제를 구현하면서 단순히 '우리 것'에 머무르지 않고 동서양, 영역과 장르를 아울러 다양한 모습으로 변형시키고 융합, 소통시켜 이를 비교전시하는 방법을 택했다.
특히 담양의 소쇄원을 주제로 세계 각국 디자이너, 건축가, 각 분야 예술가들이 제안한 휴식공간(주제전 ‘집’)과, 한글을 디자인적 관점에서 접근, 다양하게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여 산업화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실마리를 제시(주제전 ‘글’)한 점 등이 돋보였다.
특히 이탈리아 모자이크 전문학교에 한국의 조각보와, 문창살, 장석 등을 모티브로 제시하고 그들의 시각과 기법으로 재창조하는 작업을 의뢰, 선보인 특별전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밖에 한글 자모를 소재삼은 타이포 그래피 작품(클루브랜드전), 국제저고리드로잉공모전 작품 전시(주제전 ‘옷’) 등도 ‘우리 것’에서 출발, 동서양의 다양한 문화와 해석이 더해진 작품들을 보여줌으로써 관람객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새로운 디자인의 실마리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 보여줘
올해 디자인비엔날레의 또 다른 특징은 '디자인'이라는 말 자체가 갖는 상품성, 새로운 것, 기발한 것, 값비싼 소비재라는 관념에서 탈피, ‘디자인은 쉬운 것’이며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라는 기획의도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프로젝트전 ‘살림’ 전시장을 가득 채운 세계 각국?각종 살림살이들과 폐간판으로 만든 비지니스 라운지는 재활용과 되살림의 의미를 보여줬다.
또 있어왔던 것, 오래된 것들의 아름다움을 되살리고 여기에 창의적 발상을 가미해 재미와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한 점도 호평받았다.
올해 디자인비엔날레를 통해 광주시의 문화자산으로 남겨 된 상징조형물은 쇠락해 가던 사직공원 내 팔각정을 리모델링, 자연경관과 빛의 예술이 어우러진 새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또 프로젝트전 중 하나인 '어울림'에서는 오래된 한옥으로 관람객들을 불러들여 손때묻은 아름다움과 새로운 삶의 방식?감각이 어우러진 각종 전시물들을 보여줘 눈길을 사로잡았다.
○ ‘비지니스 큐레이팅제’ 도입
디자인비엔날레와 디자이너, 산업현장간 연계방안 모색을 위해 최초로 ‘비지니스 큐레이팅 제도’가 도입됐다.
이 제도의 현장 구현을 위해 전시장 내에 비지니스 라운지가 설치, 운영됐으며 총 5차례에 걸친 ‘비지니스 데이’ 운영을 통해 관련 기관?단체 대표자들이 디자인비엔날레를 방문, 현장에서 상담과 네트워크 구축이 이뤄졌다.
이같은 프로그램에 따라 프로젝트전 ‘어울림’에 전시중인 디지털 병풍(동신대 디지털 콘텐츠협동연구센터)을 해외 한식당 실내장식용으로 개발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지역사회 활성화 및 사회공헌 방향 제시
광주 근대문화가 태동한 공간인 남구 양림동 일대에서 펼쳐진 프로젝트전 ‘어울림’은 디자인비엔날레가 지역사회와 보다 가깝게 호흡할 수 있는 공간과 거리들을 만들어줬다.
양림동 이장우 가옥과 수피아여고 내 수피아홀 등지를 무대삼은 어울림은 광주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한편, 잊혀져 가고 낙후돼 가는 지역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줬다.
프로젝트전 ‘살핌’ 역시 우리 사회에 아직 정착되지 않은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모든 이를 위한 배려의 디자인)의 의미와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올해 행사는 또 디자인을 통한 사회공헌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었다.
‘살림’전 전시작품인 꽃수세미는 전시후 판매 수익금을 네팔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설립 기금으로 사용되게 되며, 주제전 ‘옷’에 전시된 천개의 인형 역시 판매 수익금이 유니세프에 기증된다. 또 ‘어울림’에서 진행된 유료 프로그램과 자체 도록 판매대금 일부는 지역 청소년단체에 기부되며, 폐막에 즈음해 열린 미스코리아 자선행사에서 나온 수익금 역시 광주지역 도움이 필요한 시설에 기부된다.
○ 친환경 전시공간 연출
올해 행사는 재생, 재활용, 지속가능한 디자인으로 ‘쓰레기 없는 전시’를 지향한 점도 내세울만 하다.
대표적인 예가 1전시관에 자리잡은 ‘비지니스 라운지’로 전시장 안에 독립된 공간을 만들면서 가벽이나 파티션을 따로 설치하지 않고 내부 집기까지 온통 폐간판을 활용해 이색적 분위기의 또다른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한편 전시폐기물 최소화라는 두가지 효과를 거뒀다.
전체 전시공간 구성에서도 이같은 원칙이 지켜졌으며, 관람객 휴식공간으로 꾸며진 ‘대나무 정원’ 역시 대나무를 화분에 심어 ‘살리는’ 형태를 취해 친환경, 재생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 ‘비엔날레 도시’ 광주 위상 제고…첫 ‘전시 수출’ 길 트기도
국내외 언론과 전문가들의 관심과 호평도 줄을 이었다.
개막에 맞춰 광주를 찾은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 디자이너 알렉산드르 맨디니는 “세계 어느 디자인 전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발상과 미래 디자인이 지향해야 할 새로운 개념이 녹아든 전시”라고 극찬했다.
개막 직후부터 해외 유력 신문과 디자인 전문잡지 등의 집중 조명도 쏟아졌으며 국내 전문매체에서도 앞다퉈 ‘디자인 도시 광주’에 대한 특집 기사를 다루는 등 광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문화상품으로서 디자인비엔날레의 위상을 드러냈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인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는 ’전세계 축제마니아들이 가볼 만한 디자인 축제‘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소개했다.
이탈리아 디자인 전문잡지 디자인붐(Designboom) 취재진은 3박4일 일정으로 광주를 찾아 자사 웹사이트 메인페이지에 연재형식으로 행사를 다뤘고, 역시 이탈리아의 디자인 유력 잡지인 도무스(Domus)와 경제지 일솔레24(Isole24) 등에서도 온?온프라인을 통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소개했다.
이 밖에 아시아지역 디자인 전문매체인 일본 악세스(AXIS Magazine), 중국 아트 앤 디자인(Art and design) 등에서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등 관심을 모았다.
이 밖에 국내 유력 디자인, 건축, 인테리어 등 전문잡지들도 올해 행사와 함께 디자인도시 광주를 집중조명, 비엔날레 개최도시로서 광주의 위상을 드높였다.
올해 디자인비엔날레는 이같은 호평에 힘입어 네덜란드 등 7개국과 국내 미술관 등지에서 초청전 요청과 타진이 이어지는 등 향후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 관람객 다변화?맞춤형 서비스 필요성 대두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역시 신종플루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신종플루 확산에 따라 일정이 두차례나 조정되는 등 개막 전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때문에 올해 관람객수는 20만여명으로 당초 목표치인 30만명에 못미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중 유료 관람객이 13만2천여명에 달했으며, 외국인 관람객은 7천700여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종플루 영향으로 학생 단체관람객이 예년의 절반이하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단체관람객이 줄어든 대신 일반 관람객은 크게 늘어나 보다 여유롭고 쾌적한 관람이 가능해지는 등 관람의 질은 훨씬 높아졌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학생 단체관람 문화 역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어 고무적이었다.
관람 전 디자인비엔날레와 현대 디자인 산업 등에 대한 강의를 요청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는 등 단순한 관람위주에서 강연과 연계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으로 업그레이드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따라 디자인비엔날레 역시 관람객 다변화 방안을 모색하는 한편 일정 수준의 관람객 수를 유지하면서도 관람의 질을 확보할 수 있는 운용의 묘를 발휘하는 것과 관람자 눈높이와 성향 등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제공 등이 보다 세밀하게 추진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의 062-608-4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