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광주비엔날레가 이어준 인연 ‘비엔나쏘세지클럽’의‘반하다’ 전


<'비엔나쏘세지클럽 참여작가 이세현, 오민정, 김사라 작품 사진>

 

  광주 동구 예술의거리에 젊은 작가들이 ‘다른 전시’를 꾸미고 나섰다. 2012광주비엔날레를 통해 만난 ‘비엔나쏘세지클럽’ 8인이 9월14일부터 10월1일까지 ‘반하다’ 전을 연다.
 ‘반하다’ 전을 여는 이들은 최미연, 조현택, 이세현, 오민정, 박현정, 박세희, 무비, 김사라 씨.
 이들은 지난 봄, 2012광주비엔날레 ‘포트폴리오공모전 35’ 1차 심사를 통해 선정된 이들이다.  ‘포트폴리오 35’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해 비엔날레 메인 전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최초의 공모전.
 “포트폴리오 최종 심사에서 붙는 사람보다 떨어지는 사람이 많겠지만 ‘우리들만의 전시’를 해 보자”라는 말이 오갔고, 2012광주비엔날레가 열리는 전시장과 가까운 곳을 찾아 헤매다 ‘예술의거리’ 에 있는 빈 집으로 결정됐다. ‘비엔나쏘세지클럽’이라는 그룹명도 ‘비엔날레’와 연관된 이름을 떠올리다 만들어진 것.
 (재)광주비엔날레가 처음 추진한 ‘포트폴리오공모전 35’의 취지처럼, ‘비엔나쏘세지클럽’의 첫 그룹전은 신선하고 감각 있다.
 일단 전시 장소가 광주 동구 궁동의 아주 오래된, 그리고 몇 년 간 방치된 ‘빈 집’이다.
 ‘예비 전시장’이었던 빈 집은 “마스크를 쓰고 트럭 한 대 분량의 쓰레기”를 버릴 정도로 지저분했다. 깨끗하고 딱 떨어진 갤러리가 아니라 작가들이 청소까지 하면서 전시를 준비했는데, 이 과정에서 작가들은 빈 집에서 전시에 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도 발견하고, 그 공간들을 이해하며 작업을 준비, ‘반하다’ 전을 열게 됐다.
 박세희 씨는 큰 방에 있었던 장롱과 이불을 그대로 활용했다. 사진+공간+오브제 등을 통해 작업을 해오고 있는 박세희 작가에게 장롱은 좋은 공간이 됐다.
 “어릴 적에 숨바꼭질 하면 장롱 속에 많이 숨었잖아요. 그 곳이 뭔가 꿈꾸는 장소가 되기도 했구요. 관람객들에게 이 공간이 자기가 살아온 삶의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것은 지우고, 또 새로운 것들을 꿈꿀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박세희 작가 작품 옆 컴퓨터에서는, 조현택 작가의 ‘인스턴트 이미지 69점’을 ‘폭탄세일’가로 구매할 수 있는 쇼핑몰이 운영되고 있다.
 관람객들은 쇼핑몰에서 조 작가가 찍은 두 장의 사진이 함께 붙어 있는 이미지 69점을 둘러보고, 한 점 당 5000원(택배비 포함)에 구입할 수 있다.
 조 작가는 “이미지 홍수 시대에 사진이 더 이상 간직하고 싶은 한 장의 추억이 아닌 범람하는 이미지들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며 “이미지 생산자로서 수공품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가장 인스턴트한 포장지를 씌우는 구상을 하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이세현 작가는 자신의 사진, 가족사진 등으로 빈 집에 스며드는 작업을 했다. 어느 시골집에 가면 큰 방에 자리를 잡고 있는 대가족 사진처럼, 작가는 자신의 가족사진 등을 걸었고, 작은 방에 사진은 없고 액자만 남아 있는 것은 그대로 활용해 자신의 어린시절 사진 등을 넣었다. 사진들은 작가의 얼굴만 볼 수 있고, 다른 이들의 얼굴은 아크릴 물감으로 지워져 있다. 갈수록 핵가족화 되어 가는 시대에 대가족 사진을 찾아 볼 수 없는 것처럼 이 작가는 “가족의 부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큰 방 옆 다락방에 고개를 들이밀면 화면에 비친, 관람객 자신의 얼굴을 마주한다. 털실뭉치, 인형, 병이 그려진 그림 등의 여러 오브제들도 전시돼 있다. 오민정 작가는 “다락에 대한 추억, 경험 등을 바탕으로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큰 방 뒤 주방은 ‘다방’이라는 장소로 바뀌었다. 사진 작업을 해오고 있는 김사라 작가는 이번에 설치라는 시도를 함께 했다. 실제 다방처럼, 간판, 냉장고, 테이블, 쇼파, 보온병 등이 다 갖춰져 있다. 작가가 길에서 ‘주운’ 것도 있고, 3년 동안 다방 사진 작업을 통해 만든 인연을 통해 ‘다방 이모’들로부터 기증받은 것도 있다.
 “다방이 야한 공간, 안 좋은 공간으로 비춰지기도 하는데 사실 시골 다방은 어르신들, 농부들의 쉼터요, 한을 풀어내는 공간이라도 생각해요. 그런 향수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합니다.”
 박현정 작가는 전남의 정자들을 만날 수 있는 ‘월하정(月下亭)’이라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지금은 하나의 관광코스처럼 정자들을 둘러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게 안타까웠어요. 오랜 역사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정자를 새롭게 조명하고 싶어 작업을 하고 있죠.”  ‘보름달’ 달빛을 받아 드러난 밤의 정자들의 모습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최미연 작가의 ‘in my city'에서는 유토피아를 찾아가고 있는 작가의 마음 속을 설치, 드로잉 작품 등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빈 집 입구 한 쪽 벽에는 ‘이것은 쓸데 없는 짓이다’라는 내용의 실 작품이 있다.
 먹이나 아크릴로 선 작업을 해왔던 무비 씨는 이번에 실로 작품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가져왔던 물음을 관객들에게 묻는다.
 “‘쓸모 있는’, ‘쓸모 있어야 한다’는 것에 많이 끌려가잖아요. 예술은 쓸데 없는 게 아닌데, 그것을 관객들에게 물어보는 겁니다.”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 마음이 홀린 것 같이 쏠리다’, ‘반대가 되다’, ‘어두운 가운데 밝은 빛이 비치어 환하다’ 라는 뜻을 담은 ‘반하다’. 그 여러 주제들이 사진, 영상, 설치, 회화 등으로 어우러진 ‘반하다’ 전은 내달 1일까지 예술의거리 17-7번지에서 열린다. 오픈 시간 오전 10시~오후6시.
<문의 (재)광주비엔날레 홍보사업부 : 062-608-4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