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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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전시실: 분자와 나 (Molecules and Me)
분자와 나는 분자적 활동이 범람하는 풍경을 만듭니다. 이곳에서 물질과 자아는 끊임없이 해체되고, 순환하며, 다시 결합합니다. 우리의 지각이 미치지 못하는 작은 곳에서 시작된 여정은 분자에서 분자적 개체로, 다시 분자들의 무리로 이어지며 서로 다른 규모를 오가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계의 장을 형성합니다.
제2전시실: 신체와 결속 (Bodies and Bonds)
신체와 관계는 축구장이나 탁구대를 닮은 양분된 장으로 펼쳐집니다. 신체들은 하나의 선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마주합니다. 어루만지고 어루만져지며, 규율하면서 규율받고, 돌보고 또 돌봄을 받습니다. 신체를 둘러싼 질병과 상처, 내밀함은 몸에 반복적인 흔적을 남깁니다. 반복은 삶의 반경을 좁히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을 새로이 빚어내기도 합니다. 이 전시실의 작품들은 훈련, 즉 몸과 정신을 길들이는 행위에 주목하며, 친밀한 관계의 압력 속에서 인간 형상이 지닌 역량을 시험합니다.
제3전시실: 풍경과 배움 (Landscapes and Learning)
풍경과 배움은 숲으로 열립니다. 이곳에서 지식은 경작과 노동, 공동의 삶을 통해 뿌리를 내립니다. 경작은 일방적인 행위가 아닙니다. 인간이 땅을 가꾸듯, 땅 또한 그곳에 사는 이들을 가꾸어 냅니다. 들판과 학교, 도시와 공동체는 지식과 삶의 방식이 형태를 갖추는 터전이 됩니다. 이 전시실의 작품들은 풍경과 권력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그려냅니다.
제4전시실: 우주와 변화 (Cosmos and Change)
우주와 변화는 잠과 꿈, 인간 너머의 세계가 펼쳐지는 환영을 지나 밤의 풍경으로 접어듭니다.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이미지와 지질학적 존재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이내 행성적 시간과 신화의 차원을 열어 보입니다. 이 전시실의 작품들은 다양한 형태의 몸들 주변을 맴돕니다. 도자로 빚어진 몸, 화산 같은 몸, 안테나처럼 무언가를 수신하는 몸 등 저마다의 몸들은 모두 앞서간 이들의 꿈과 다가올 날들의 환영을 실어 나르는 통로가 됩니다.
제5전시실: 공기와 발화 (Air and Articulations)
공기와 발화는 대기로 이루어진 풍경입니다. 더 이상 방의 형태를 알아보기 어려운 이곳에서, 전시는 숨결과 소리, 언어 속으로 풀려나며 탁 트인 공기 속에서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해체된 클럽 환경 안에서 여러분의 몸은 호흡하고 연주하는 동시에 연주되는 하나의 악기가 됩니다.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예술, 그리고 광주
분자에서 우주로, 내밀한 관계에서 집단적 형성으로 관람객을 이끄는 이번 전시는 예술적 실천 자체를 '감각하고, 견뎌내며, 관계 맺고, 상상하고, 변형하는 역량을 기르는 방법'으로 제안합니다. 여기서 예술적 실천은 삶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재창조하는 훈련이자 반복의 힘으로 나타납니다. 광주만큼 변화의 경험과 가능성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도시는 드뭅니다. 민주화를 향한 광주의 투쟁 역사는 오늘날까지 세계적으로 공명하며, 변화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현실임을 일깨워줍니다. 이번 비엔날레는 광주를 단순한 전시 개최지가 아니라, 예술과 집단적 행동, 정치적 변혁이 떼어놓을 수 없이 연결된 공간으로 바라봅니다. 이러한 광주의 정신은 끈기와 창조성, 헌신을 담아낸 '오월어머니집'의 그림들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제16회 광주비엔날레는 이들의 작품을 함께 나눌 수 있어 깊은 영광으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