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광주비엔날레
D-

부딪침 소리(Feedback Effect)

피드백 효과는 두 음향기기 사이에 충분한 거리가 확보되지 않을 때 좁은 공간에서 소리가 포화되면서 발생한다. 전시관 첫 번째 층에서는 미로 같은 통로를 지나가야 하는 관객들에게 사람들로 가득한 도시 풍경을 보여주며 시각적인 폐소공포를 유발한다. 하나의 반향공간이 되어버린 이 세계에서는 모든 게 다닥다닥 붙어 있고, 쉽사리 전염되며, 즉각적인 반응이 일어난다. 도시의 쓰레기, 총체적 혼잡, 불협화음은 색으로나 형식으로나 피드백 효과의 시각적 등가물이다. 공간은 언제나 지정학적으로 구분이 되게 마련이지만, 페미니즘에서 탈식민지화, 성소수자 권리에 이르기까지 모든 해방투쟁들을 결합하는 끈이 되기도 한다.

인간의 활동이 포화 상태에 이른 곳에서는 사람 간, 종 간을 불문하고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대되었다. 이 전시실에서는 피드백 효과의 음향 패턴을 풍경에 적용해 산업화가 자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조명한다. 농촌과 숲을 지키는 일보다 수익 추구가 우선시되고 야생 생태계가 사라지는 등 역사상 유례없는 밀집 생활로 동물의 멸종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이 섹션의 작가는 인간이 비집고 들어가지 않은 데가 없는 세상과 야생의 종말에 대해 고찰한다.


겹침 소리(Polyphonies)

이 섹션에서 관객은 다양한 출처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합쳐진 겹침 소리(polyphony)의 패턴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는 기계에서 동물에 이르는 여러 비인간(非人間) 영역들과 다양한 대화가 펼쳐진다. 작가들은 ‘생태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즉 그들은 사물보다는 존재들 간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이 처한 환경의 복잡성을 다루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행위로 공간을 표현한다. 기후변화가 예술에 끼친 주된 영향은, 작가들이 환경을 인간의 활동 무대라기보다 복잡하고 버거운 상황에 처해 있는 취약한 곳으로 새로이 바라보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소리(Primordial Sound)

처음 소리라는 테마로 분류된 이 공간에서는 무한히 작은 것부터 개념을 반대로 탐색한다. 분자의 분해 과정을 들여다보면서 미세한 것들과 거대한 것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식이다. 참여 작가들은 바이러스, 과도한 열, 토양을 황폐화시키는 농약, 부지불식간에 녹고 있는 만년설, 제초제, 이산화탄소, 경찰이 사용하는 최루가스, 내분비 교란물질, 주방 도구에 포함된 인체 축적성 오염물질 등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지금의 현실을 구성하는 사회구조와 역사에 초점을 둔다. 분자 모드로 세상을 인식하는 이들은 분자인류학자들이 하는 것처럼 자연과 사회를 구성하는 미시적인 요소들을 살핀다.


소리숲

양림은 제15회 광주비엔날레가 온 광주에 울림을 일으키고자 선택한 장소이다. 양림 곳곳에 자리한 여덟 곳의 전시공간에서 열 명의 작가들이 비엔날레 전시관의 주 전시를 이어받아, 주제인 ‘판소리: 모두의 울림’을 도시 안에 메아리 치게 합니다. 양림의 주민들, 작가들, 창작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광주비엔날레의 울림을 더 깊고 풍부하게 한다. '울림'은 '깊게 울려 퍼지는 소리의 특성'으로 정의된다.